나트륨(Natrium)이 영어로는 소듐(Sodium)이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나트륨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지만, 1998년 대한화학회가 '세계화'를 명분으로 원소 이름을 미국식 영어로 바꾸면서 요오드가 아이오딘이 되고, 칼륨이 포타슘이 된 것처럼, 나트륨도 소듐으로 표기가 통일되었다. 아직도 '나트륨'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지만, 학교 교육과정에는 '소듐'이 반영되면서 점차 소듐이 더 익숙해지는 분위기이다
이런 이름 이야기가 왜 중요하냐고? 바로 최근 CATL의 '나트륨 배터리' 발표가 가져올 엄청난 파장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계가 명확했던 나트륨 배터리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 '무겁다'는 편견 깨고 돌아온 나트륨 배터리, 무엇이 달라졌나?
과거 나트륨 배터리는 '무게'(에너지 밀도가 낮음)라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주로 에너지 저장 장치(ESS)용으로만 거론되었다. 2022년만 해도 '리튬 대비 2배 무거워 에너지 밀도가 절반 수준이라 차량용으로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21년 CATL이 처음 나트륨 배터리를 내놨을 때도 자동차에 쓰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번 CATL의 발표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 에너지 밀도 획기적 개선 (175 Wh/kg): 2025년 말 양산 예정인 CATL의 나트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무려 175 Wh/kg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이는 현재 전기차에 널리 쓰이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수준에 근접한 성능이다.
- 충방전 수명 1만 회 이상 보장: 기존에 부족했던 충방전 횟수(6천 회)도 1만 회 이상으로 대폭 개선되었다. 배터리 수명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실제로 제품화가 되어 나와보야 알겠지만, 발표된 내용만 본다면 나트륨배터리의 장점들이 더욱 빛을 볼 것이다.
2. 저온 성능, 안전성, 그리고 '가격' – 나트륨 배터리의 역대급 장점들
1) 극한의 저온 성능:
LFP 배터리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바로 낮은 기온에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추운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나트륨 배터리는 영하 40도에서도 정상 작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추운 지역에서도 성능 저하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 압도적인 안전성:
이번 CATL 시연에서는 드릴로 배터리를 뚫고, 톱으로 절단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지만,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나트륨 자체가 리튬보다 반응성이 낮아 불이 잘 나지 않고 안전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화재로부터 자유로운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에 엄청난 경쟁력이 될 것이다.
3) 게임 체인저 '가격 경쟁력':
나트륨 배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가격이다. 나트륨은 리튬이나 니켈 등 희귀 금속보다 훨씬 저렴하다. 심지어 나트륨 1kg 가격은 단돈 270원으로, 리튬의 1/50 수준, 말 그대로 '소금값'이다. 만약 CATL이 발표한 수준으로 연말에 양산에 성공한다면, 가격 면에서 LFP 배터리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CATL의 야심작 'Naxtra'와 중국 정부의 수상한 움직임
1) 일반 차량용 납산 배터리 대체 'Naxtra' 이미 출시:
CATL은 이미 2025년 7월에 납산 배터리를 대체하는 'Naxtra'를 출시했다. 내연기관 차량에 사용되는 납산 배터리는 시동을 걸거나 블랙박스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기존 납산 배터리의 수명이 3년 정도인 반면, Naxtra는 수명이 8년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일주일만 주차해도 방전을 걱정해야 했던 것과 달리 1년간 세워놔도 시동이 정상적으로 켜지고, 영하 40도~영상 70도에서도 90% 이상 성능이 유지된다고 한다. 가격은 납산 배터리보다 비싸지만, 긴 수명을 고려하면 오히려 61%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2) 전기차용 'Naxtro'는 12월 출시 예정:
CATL은 전기차용 고성능 나트륨 배터리에는 'Naxtro'라는 이름을 붙였다. 2025년 12월 출시 예정이며, 이 역시 8년 이상 수명과 1만 회 이상의 충방전을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3) '전기자동차용 동력 축전지 안전 요구사항' 발표:
이런 CATL의 발표와 묘하게 겹치는 것이 바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다. 2025년 4월 15일,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전기자동차용 동력 축전지 안전 요구사항'이라는 강제성 국가 표준을 발표했다. 2026년 7월부터 신형 전기차에 적용되는 이 표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한다.
- 열폭주 테스트 강화: 특히 '내부가열' 테스트가 강화되어, 내부 합선에도 불꽃이나 폭발이 없어야 하고, 2시간 동안 온도가 60도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는 기준이 추가되었다. 기존 '5분 전 경보'에서 '무발화, 무폭발'로 기준이 훨씬 엄격해진 것이다.
- 바닥 충격 시험: 직경 30mm 충격체로 150J 에너지를 3회 연속 타격하여 배터리 하부 보호 능력을 평가한다
- 고속 충전 시험: 300회 이상 연속 고속 충전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CATL은 이미 이 모든 표준을 통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발표 타이밍과 내용에서 CATL과 중국 정부가 긴밀하게 공조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이 나트륨 배터리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4) 나트륨 배터리 관련 기술, '수출 제한' 목록에 포함:
결정적으로, 2025년 7월 15일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수출 금지/제한 기술 목록'에 '나트륨이온 배터리 관련 기술'이 포함되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나트륨 배터리 기술을 '국가 경제 안보와 발전 이익을 수호해야 할 핵심 기술'로 간주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철저히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4. K-배터리, 긴장의 연속! 나트륨 배터리 대응은?
2025년 7월 15일, 이석희 SK온 사장은 비공식 자리에서 "시장은 결국 나트륨 배터리 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라며 "SIB(Sodium-ion Battery, 나트륨 이온 배터리)로 전환하지 않으면 중국의 압박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도 나트륨 배터리 개발의 시급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LG에너지솔루션: 2030년 이전에 SIB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개발 성능이 80Wh/kg대라, 175Wh/kg를 발표한 CATL에 비해 다소 뒤처진 상황이다.
- SK온: SIB에 대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 국내 업계의 강점: SIB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 생산 설비를 그대로 쓸 수 있어, 전환 비용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7월 11일에는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 주관으로 'SIB(나트륨 배터리) 개발현황과 상용화 방안' 세미나가 열려 에코프로비엠, 카이스트 등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소듐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이 이뤄지면 LFP 대비 24%가량 낮은 가격을 맞출 수 있다"는 발표 내용이 주목받기도 했다.
CATL 외에도 스웨덴 노스볼트(160Wh/kg급), 영국 Faradion, 프랑스 TIAMAT Energy, 미국 Natron Energy 등 해외 기업들도 나트륨 배터리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5. 마지막 정리.
중국이 전기차 안전 요구사항을 개정하고, 핵심 기술의 외부 유출을 관리하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CATL의 전기차용 나트륨 배터리가 올해 12월 출시된다는 소식은 의미가 크다.
과연 CATL의 발표가 '영끌 발표' 였을까?, 아니면 실제 상용화를 앞둔 혁신적인 기술이었을까? 루머처럼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성능이 '예쁘게 마사지'되었는지 여부도 12월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발표한 대로 실제 성능이 확인된다면, 나트륨 배터리는 LFP를 넘어 삼원계 배터리 시장에도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 이차전지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과 분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소듐이냐 나트륨이냐의 이름 논란보다, 소듐(나트륨) 배터리가 가져올 미래 변화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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